대빈창 30

까마귀 이제 바다를 넘보다. - 2

주말 대빈창 해변 오후 산책에 나섰습니다. 물 빠진 갯벌에서 무엇인가 두리번거리는 까마귀들을 보았습니다. 벌써 6년 반이 흘렀습니다. ‘까치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바다를 향해 날아갔습니다. 배의 흰 무늬가 점차 검은 색으로 바뀌면서 까마귀로 변합니다. 들물의 바다 속으로 잠수하는 까마귀가 차츰 가마우지로 변합니다. 커다란 물고기를 부리에 문 가마우지가 가쁜 숨을 내쉬며 그물말장에 내려앉았습니다. 등털이 회색으로 뒤덮으면서 갈매기로 변하고 있었습니다.’「까마귀 이제 해변을 넘보다」의 마지막 단락입니다. 나의 상상 속의 조류진화도(?) 입니다. 해송 솔숲을 가로질러 해변 제방에 올라섰습니다. 보안등 전봇대에 연결된 전선에 까마귀 서너 마리가 특유의 음산스런 울음으로 나를 맞아 주었습니다. 여전히 대빈창 해변의..

대빈창 길냥이 - 3

"감나무집..저희네요 ㅋㅋㅋ할머니는 저희때문에 데려오신것도 있지만 정말 잘 키워주시고계십니다 갇힌거 아니구요 ㅠㅠ마당도 돌아다니고 집에들어와서 할머니랑 티비도 보면서 세상 누릴거 다 누리면서 살고있어요!!" "감나무집 손녀이시군요. 대빈창 길냥이 막내가 해변에서 제대로 먹지 못해 비실거렸는데, 주인을 잘 만나 아주 튼실해졌어요. 오늘도 녀석을 보았는데 목에 예쁜 목테까지 매고 있더군요. 아무쪼록 녀석이 하늘이 부여한 생을 온전히 살았으면 좋겠어요." 「대빈창 길냥이 - 2」에 달린 댓글과 답글이다. 길냥이 4형제를 대빈창 해변의 버려진 수족관에서 처음 만난 것이 지난해 장마철이었다. 녀석들은 자신들의 운명대로 삶의 길을 찾아 나섰다. 뭍으로 나가는 이에게 맡겨진 맏이는 섬을 떠나기가 싫었는지 가출했다. ..

대빈창 길냥이 - 2

매일 갯벌을 드나들며 상합을 채취하는 이에게 들은 소식으로 정확한 정보였다. 대빈창 길냥이 형제의 내력이 밝혀졌다. 섬 주민 누군가가 새끼 고양이를 키울 자신이 없없다. 대빈창 해변 솔숲에 풀어놓았다. 가장 먼저 사라졌던 덩치 큰 놈은 맏이였다. 전출 가는 농협 지소장이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했다. 맏이가 먼저 분양되었으나 고향을 떠나기 싫었는지 가출했다고 한다. 고양이 새끼 세 마리는 버려진 수족관 밑을 보금자리 삼았다. 막내가 이웃 감나무집 식구가 되었다. 할아버지 집에 놀러 온 손자들이 해변에 놀러 갔다가 두 마리를 마저 집으로 데려왔다. 감나무집은 졸지에 고양이 세 마리의 주인이 되었다. 동네 할머니 한 분이 감나무집에 마실을 갔다가 우리집에 들렀다. 고양이 세 마리가 할머니를 따라왔다. 할머니는..

대빈창 길냥이

나비야 ~ ~ 녀석들이 보이지 않았다. 야 ~ ~ 옹! 대꾸하며 두 놈이 은신처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화장실 뒷벽 창문턱에 얹어놓은 비닐봉지의 사료를 꺼냈다. 배가 고픈 지 녀석들이 허둥지둥 쫓아왔다.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녀석들 앞에 놓았다. 폭풍흡입이었다. 녀석들을 만난 지 보름이 지났다. 그날 저녁 산책이었다. 솔숲 캠핑장에 들어서는데 주먹만한 고양이가 나를 보고 야! 옹 가냘픈 소리로 아는 체를 했다. 녀석들의 은신처는 버려진 수족관 밑이었다. 예닐곱 해가 지났을까. 대빈창 마을주민 한 분이 해변에 계절 간이식당(함바집)을 내었다. 그 시절 성수기의 대빈창 해변은 피서 온 사람들로 제법 북적였다. 식당은 수족관에 살아있는 농어·숭어를 풀었다. 해변을 찾은 도시인들의 횟감용이었다. 어느 해 북한에 ..

내숭쟁이 대박이

대박이가 보이지 않은지 열흘이 되었습니다. 아침저녁 산책이 허전하기 그지없습니다. 가끔 텃밭에 나와 농사일을 하는 주인부부에게 물어볼 수 없었습니다. 말이 씨가 될지 겁이 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요. 주문도 느리 선창에서 대빈창 해변 가는 길은 들녘을 가로지르는 아스팔트 농로입니다. 들녘이 끝나는 지점에 사거리가 나타납니다. 왼쪽 길은 봉구산자락으로 향하는 옛길입니다. 오른쪽 길은 자연부락 대빈창 마을입니다. 왼쪽 길로 접어들면 나즈막한 구릉에 기댄 외딴 집이 나타납니다. 몇 년 전만해도 옛길을 따라 몇 필지의 밭이 이어졌던 곳입니다. 초로의 부부가 새 집을 짖고 이사를 왔습니다. 주인네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대박이의 이름을 알았습니다. 대박이는 덩치가 아주 큰 녀석이었습니..

고라니, 길을 잃다.

고라니는 소목 사슴과에 속하고, 노루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몸체가 작습니다. 암수 모두 뿔이 없으나 수컷은 송곳니가 튀어나와 구분된다고 합니다. 녀석들은 뜀뛰기 선수로 사람 그림자만 보여도 쏜살같이 내달려 실제 수컷인지 암컷인지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고라니의 검은 눈망울은 금방 눈물을 쏟아 낼 것처럼 슬프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녀석들의 담갈색 털은 억세기 그지없습니다. 고라니는 초식동물로 연한 나뭇잎과 새순을 탐합니다. 푸른잎이 귀한 겨울철은 풀·나무뿌리와 여린 나뭇가지로 연명합니다. 어느 해 눈이 많았던 겨울, 녀석들은 울타리로 둘러진 사철나무 잎을 뜯어 먹었습니다. 신경통·관절염에 고라니 뼈가 직통이라는 민간요법에 전해오는 속설로 녀석들은 줄곧 수난을 당했습니다. 뜬금없이 물 빠진 갯벌 한 가운데 고..

앙칼진 소녀가 매섭게 할퀴다.

제가 서해의 작은 외딴 섬 주문도에 터를 잡고 직방으로 마주친 태풍은 네 번째였습니다. 2000년 쁘라삐룬, 2010년 곤파스, 2012년 볼라벤 그리고 2019년 링링이었습니다. 네 번의 가을 태풍은 서해안을 타고 올라와 수도권 아니면 북한을 관통한 후 소멸했습니다. 2019년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은 홍콩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소녀의 애칭입니다. ‘링링’은 많은 비를 뿌리기보다 강한 바람을 몰고 와 큰 피해를 남겼습니다. 강풍의 위력은 역대 한반도로 올라 온 태풍 가운데 5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전남 신안 흑산도에서 7일 오전 최대 순간풍속 초속 54.4m(시속196㎞)의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앞서 주문도에 들이닥친 세 개의 태풍으로 입은 우리 집의 직접적인 피해는 단 한번 뿐이었습..

대빈창해변 가는 언덕위 하얀집

외포항에서 오전 9시 10분에 출항한 1항차 객선이 주문도에 닿는 시간은 대략 10시 40분경입니다. 주문도는 조선 후기 임경업 장군이 중국에 사신으로 가면서 한양의 국왕께 하직인사 글을 올려 주문도(奏文島)라 불렸는데, 지금은 주문도(注文島)로 변했습니다. 배 닿는 시간은 물때에 따라 10여분 경 들쑥날쑥 합니다. 느리 선창에 내린 외지인들의 발걸음은 대부분 대빈창 해변으로 향합니다. ‘느리’는 산부리가 길게 뻗어나가 늘어진 곶(串)이 있는 주문도 선창의 자연부락 마을 입니다. 대빈창(待賓倉)은 옛날 중국 교역의 중간기항지로 중국사신과 상인 등을 영접하던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 입니다. 느리 선창에서 대빈창 해변으로 가는 길은 도로명 주소를 따라가는 길입니다. 왼쪽은 월파벽 너머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대빈창 해변에 열목어가 헤엄쳤다.

서해의 면적은 40만4,000㎢입니다. 길이는 남북 1,000㎞이고, 동서는 700㎞입니다. 수심은 20 ~ 80m 정도로 최대수심은 103m이고, 평균수심은 44m입니다. 황하(黃河)에 의해 운반된 황토로 바닷물이 항상 누렇게 흐려 있어 황해라고 부릅니다. 신생대 제4기 최후 빙하기 때 서해의 해수면은 현재보다 100m이상 낮아 중국대륙과 연결된 평탄지형 이었습니다. 신생대 제4기는 홍적세(1만 ~ 160만년 전)와 충적세(현재 ~ 1만년 전)로 나누어집니다. 지구의 기온이 차츰 따뜻해지면서 해수면이 올라가 바다가 되었습니다. 먼 옛날, 강화도에 딸린 서해의 섬들은 빙하기 때 평탄한 지형에 돌출된 산줄기였습니다. 빙하가 녹으면서 계곡과 낮은 지역은 바닷물에 잠기고, 봉우리와 능선만 물 위로 고개를 내밀..

바위벼랑 전망대

날씨가 추워지고, 해가 짧아지면 대빈창 해변으로 향하는 나의 발길은 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평일의 산책은 건강관리실 런닝머신으로 대신합니다. 날이 풀린 휴일, 봉구산을 넘어 온 아침 햇살이 마을 구석구석 퍼지는 시각, 오랜만에 대빈창 해변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올 겨울의 날씨도 도통 종잡을 수 없습니다. 밝고 맑은 햇살에 이끌려 길을 나섰지만 바닷바람은 볼이 얼얼할 정도로 매웠습니다. 미세먼지로 뿌연 대기 탓에 분지도의 몰골이 초췌해보였습니다. 바위 절벽에 엄나무가 자리 잡은 대빈창 산책의 반환점에 못 보던 구조물이 들어섰습니다. 야생으로 돌아왔던 애완토끼 토진이의 안마당이었던 삼태기 형상의 공터에서 가파른 산날맹이까지 나무테크 계단이 놓였습니다. 대빈창 해변에 발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