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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

책이름 :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 지은이 : 성석제 펴낸곳 : 하늘연못 박물지(博物誌)란 일종의 백과사전으로 많은 문헌을 참조하여 동물·식물·광물·지질·기상 등의 자연적인 사물·현상 등을 종합적으로 기술한 책을 말한다. 이 책은 어디선가 한번은 들은 듯한 이야기와 동서양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지혜와 상식을 작가 특유의 픙요로운 입담으로 독자에게 들려준다. 작가 성석제는 재기발랄한 문장과 경쾌하고 해학적인 위트로 현재 많은 독자를 확보한 대중적인 인기 작가다. 책은 전체 4개의 장으로 100여편이 넘는 짧은 글들로 구성되었다. '되새김'글에서는 흥미를 느낀 네댓 꼭지의 이야기에 나의 생각을 덧붙여 짧게 소개한다. 우리는 흔히 시선(詩仙) 이태백을 두주불사로 알고 있다. 두주불사란 술꾼이 ..

잔치가 끝나면 무엇을 먹고 살까

책이름 : 잔치가 끝나면 무엇을 먹고 살까 지은이 : 박승옥 펴낸곳 : 녹색평론사 글쓴이 박승옥은 80년대부터 민주화, 노동운동의 최일선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는 전태일기념사업회 연구원으로서 민주화운동이 처한 환멸적 상황을 극복, 타개할 방안을 연구 중이다. 부제 '한국사회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제언'이 말해주듯 식량·에너지의 자립·자치를 위한 풀뿌리 운동을 시민들이 밑에서부터 전개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아니 저자는 호소, 제언이 아닌 차라리 절규하고 있다고 말해야 정당하다. 나는 책을 읽으며 시인 최영미의 도발적 데뷔시집인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자연스레 떠 올렸다. 90년대 초 소비에트와 동유럽이 무너지면서, 이 땅에는 사리 물때의 썰물처럼 급속하게 이념이 쓸려갔다. 80년대의 사..

유쾌한 하녀 마리사

책이름 : 유쾌한 하녀 마리사 지은이 : 천명관 펴낸곳 : 문학동네 작가 천명관하면 바로 '고래'가 연상된다. '고래'는 2004년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장편소설이다. 기존 소설의 영역을 뛰어넘어 그 경계를 확장시킨 문제작으로 문단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고래'의 흡인력은 어디서 기인하는가. '고래'는 항간에 떠도는 온갖 기담과 민담, 영화와 무협지 등의 키치화와 대중문화의 파편들을 '이빨이 센' 작가 특유의 입심으로 새로운 소설 영역을 개척했다고 평가 받는다. 즉 아직까지의 소설 서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보기좋게 깨버린 것이다. 나는 고래를 읽으며 턱없이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런 쓰레기 잡동사니를 소재로 삼다니. 하지만 제법 부피가 두터운 소설에서, 독자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

책이름 : 섬 지은이 : 장 그르니에 옮긴이 : 김화영 펴낸곳 : 민음사 우리나라의 3대 번역가로 문학계에서는 이윤기, 김석희, 김화영을 손꼽는다. 내가 알기로 이윤기는 소설과 번역도 하지만 , 그리스 로마 신화 전문가로 더욱 알려졌다. 김석희는 80년말에서 90년 초에 소설을 썼으나, 현재는 번역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중 거리가 먼 김화영은 문학평론가지만 나는 그의 책을 한 권도 잡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책 저책 들추다보면 김화영이라는 이름 석자가 곧잘 등장한다. 그것은 장 그르니에의 에세이 '섬'의 번역자로서다. '섬'은 그만큼 많은 책 속에 인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읽은 책들은 주로 우리나라 저자들로 국한한다. 가장 큰 이유는 사물과 사유에 대한 글쓴이의 정서상의 문제로 나는 다만 편안..

빠꾸와 오라이

책이름 : 빠꾸와 오라이 지은이 : 황대권 펴낸곳 : 도솔오두막 붕괴된 바벨탑이 다시 세워지고 있다. 창세기 바벨탑의 붕괴는 하느님이 직접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인간들의 야망을 날려버린 것이다. 여기서 바벨은 '혼잡'이라는 뜻이다. 즉 언어의 혼잡을 유도한 것이다. 인간 입장에서 보면 역으로 '언어의 다양성'이라는 축복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진행되는 바벱탑의 축조는 인간 스스로 다양한 언어를 파괴하는 것을 이른다. '사라져가는 목소리들'에 의하면 2주일에 1개꼴로 지구상에서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생물다양성이 존재하는 지역에 언어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공통점에 있다. 사멸위기 언어분포도를 들여다보니 인간의 개발 광풍이 미치지 못한 곳일수록 언어의 다양성이 살아있다. 일례로 파푸아뉴기니는 세계 육지 ..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종자

책이름 :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종자 지은이 : 안완식 펴낸곳 : 사계절 한국토종연구회에서 정의한 토종이란 '한반도의 자연 생태계에서 대대로 살아왔거나 농업 생태게에서 농민에 의하여 대대로 사양, 또는 재배되고 선발되어 내려와 한국의 기후 풍토에 잘 적응된 동물·식물 그리고 미생물'을 말한다. 그렇다. 토종, 재래종이란 대대로 내려온 농민의 손에 의해 순계분리의 과정에서 살아남은 종이다. 토종은 오랜기간 우리나라의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았기에 병충해와 재해에 강하다. 어린시절을 회상하면 부모님은 작물을 수확하면서 가장 실한 놈을 다음해 종자로 갈무리했다. 입축성장이라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각종 작물의 종자를 정부가 보급하고 있다. 다른 말로 토종, 재래종의 소멸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여 지금은 눈..

시인들이 절에 가면

책이름 : 시인들이 절에 가면 지은이 : 강규외 펴낸곳 : 프레스21 남원 실상사, 강화 전등사, 경주 감은사지, 영주 부석사, 위도 내원암, 강화 보문사, 순창 강천사, 양양 낙산사, 화순 운주사, 의왕 청계사, 북한산 진관사, 여주 실륵사, 김제 귀신사, 고창 선운사 동운암. 이상 14곳이 '시인들이 절에 가면'에 등장하는 절과 암자다. 이중 나의 발길이 머물렀더 곳은 8 군데이니, 젊은 시절 나도 꽤나 싸돌아다녔던 축에 든다. 이 책에는 젊은 시인 14명의 신작 에세이라고 토를 달았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강규는 소설가이고, 원재훈은 소설을 겸하고, 이홍섭과 정끝별은 평론도 한다. 아마! 출판사 측은 '시인'이 갖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흔히 소설가나 평론가보다는 시인의 감수성..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책이름 :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4 지은이 : 이윤기 펴낸곳 : 웅진지식하우스 힘깨나 쓰는 친구가 하나 있다. 그는 무모하게 보일만큼 용기가 넘쳐 흘렀다. 하지만 마음은 여려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뉘우친다. 그리고 그 잘못을 풀기 위해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무작정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주위 사람들은 그의 이러한 면을 지위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다. 몇 사람 빼놓고는. 하지만 그의 삶을 고달프게 만드는 못 고치는 고질병이 하나 있다. 술을 너무 즐긴다. 그것도 말술로. 문제는 '필름이 끊겼을 때'다. 만취 상태의 '꼬장'은 누구도 말릴 수 없다. 그는 알아주는 천하장사다. 술에 취해 저지른 주사로 인한 죄없을 씻는 일이 그의 삶이 되었다. 책은 복잡할 것이 없다. 주인공 헤라클레..

김포행 막차

책이름 : 김포행 막차 지은이 : 박철 펴낸곳 : 창작과비평사 시인 '박철'은 '창비 1987'에 '김포' 연작 시편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한 지 20년이 되었다. '창비 1987'은 비정기 간행물로 무크지였다. 그러고보니 독재정권은 '분서(焚書)'를 일삼는 것이 주특기다. 박정희 정권은 사상계를 폐간했고, 전두환 정권은 '창작과 비평'을 폐간했다. 계간지 '창작과 비평'은 어쩔 수없이 무크지로 전환하여 게릴라식으로 간행되었고, 그 무크지로 등단한 시인의 작품 성향은 당연히 현실 참여(?) 시풍이 아니겠는가. 하긴 그 시절 진보적 문인들은 '창비'를 통해 배출되었고, '창비'라는 든든한 참호 속에서 군홧발 정권에 대 들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위에서 '그 시절 창비'라는 말은 틀렸다. 정확한 년도는 기억..

작가 박상우 책 두권

책이름 :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 / 짬뽕 지은이 : 박상우 펴낸곳 : 하늘연못 시의 한 구절 같은 제목의 '반짝이는 것은 모두 혼자다'의 구입 동기는 '박상우 작가수첩'이라는 꼬리표에 답이 있다. 작가후기에서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작가수첩에 기록된 내용은 소설작업 과정에서 얻어진 사유의 이삭들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책을 골랐다. 소설을 잡을 때마다, 분명 한편의 완성작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모태나 씨앗글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부류의 책을 여적 본 적이 없다. 작가는 뒤이어 '그것들이 재료가 되거나 양념이 되거나 반죽이 되어 소설의 피와 살이 형성된 것이다.'라고 박수를 쳐준다. 그렇다고 내가 박상우의 작품에 애착을 갖는 독자는 아니다. 고작해야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내 마음의 옥탑방'과 더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