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이 43

뒷집 새끼 고양이 - 41

차안 조수석 발치에서 흰순이가 겁먹은 눈길로 올려다보았다. 녀석은 열흘 전, 아침 7:30분 주문도 느리항을 출항한 삼보12호에 승선했다. 중성화수술을 받으러 읍내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흰순이의 어미 노순이는 무려 열 배를 출산했다. 흰순이가 마지막으로 태어났다. 차편이 없는 뒷집 형수는 흰순이의 수술을 나에게 부탁했다. 이른 새벽, 사료를 놔주는 저온저장고 입구 간이창고에 들어서자 노랑이가 부리나케 뛰어왔다. 뒤따라오는 흰순이를 붙잡아 전날 준비한, 직접 만든 포획틀에 가두었다. 7개월 만에 자유를 잃은 새끼 고양이는 공처럼 위로 튀어 올랐다. 갇힌 흰순이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9시30분이 지나서 동물병원에 도착했다. 오랜만의 뭍 외출이었다. 이일저일 치르고 11시에 흰순이를 보았다. 녀석은 눈을 ..

뒷집 새끼 고양이 - 40

어미 노순이의 뒤를 새끼 흰순이가 뒤따르고 있다. 흰순이가 세상 빛을 본지 넉 달이 지났다. 이제 녀석은 어엿하게 자라 혼자 개구리 사냥에 힘을 쏟았다. 열배 째 새끼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흰순이에 대한 노순이의 모성애는 유별났다. 나오지도 않는 젓을 물리면서까지 품에 껴안고 지냈다. 노순이는 중성화수술을 받아 더 이상 새끼를 낳을 수 없다. 열 살의 나이에 열 배를 낳은 노순이의 노화는 애처로울 정도였다. 이빨이 듬성듬성 빠져 고양이 사료를 제대로 씹지도 못했다. 뒷집 형이 쓰러져 대도시 대학병원에 입원한 지 석 달이 다 되었다. 뒷집 형수는 말그대로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형수는 그 넓은 고추밭에서 살다시피했다. 혼자 고추를 수확해 집으로 끌어들여 세척했다. 어머니와 아랫집 할머니가 고추꼭지를 따고 반..

뒷집 새끼 고양이 - 39

열흘 전이었다. 한낮 무더위를 피해 푸른 여명이 터오는 것을 보며 텃밭의 김매기를 마쳤다. 아침 밥상을 차리는데 뒤울안에서 노순이의 애가 끊는 울음과 새끼의 칭얼거림이 들려왔다. 아침 설거지를 마치고 양파․마늘․쪽파를 그물망에 넣어 말리려 뒤울안으로 돌아섰다. 노순이가 새끼 두 마리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봉구산 등산로로 연결되는 옛길 경사면의 화계와 우리집 뒷벽의 길고 좁은 공간이 뒤울안이다. 수돗가와 보일러실이 양 모서리에 자리 잡았다. 겨울 아궁이에 군불을 지필 나뭇단과 평상이 벽에 기댔다. 평상 위에 골판지 박스가 창턱 아래까지 쌓였다. 창문에 화계의 꽃과 나무가 얼비치었다. 박스 위에서 세 모녀가 엉킨 채 잠들었다. 아마! 새끼들이 높은 곳에 올라서지 못해 어미는 속이 상했는지 모르겠다. 노순..

뒷집 새끼 고양이 - 38

위 이미지는 노순이가 새끼 두 마리에게 젖을 먹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들이대자 새끼를 보호하는 어미의 모성본능으로 이빨을 드러냈습니다. 노순이가 열배 째 새끼를 낳은 지 스무다섯 날이 되었습니다. 세 마리를 낳았는데, 털빛이 온통 흰 놈과 검은 바탕에 흰 빛 얼룩이, 그리고 어미를 닮은 노란빛이었습니다. 노란빛 새끼가 일찍 어미 곁을 떠났습니다. 노랑이는 그동안 자신만이 아는 비밀장소에서 새끼를 낳았습니다. 감나무집 고구마밭 넝쿨 속에, 허름한 마당 창고의 한켠 구석에, 앞산 소나무둥치에 버려진 가빠 뭉텅이 속에······. 새끼를 혼자 낳고 하루이틀이 지나 어미는 배가 고파 집에 들어왔습니다. 뒷집 형과 형수는 배를 채우고, 새끼에게 돌아가는 노순이의 뒤를 밟아 눈도 뜨지 못한 새끼들을 안고 돌아왔..

뒷집 새끼 고양이 - 37

위 이미지는 노랑이가 뒷집 광문 앞 플라스틱의자 밑에 들어가 사료 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녀석은 저녁 산책에서 내가 돌아오기를 바랬습니다. 지난 겨울 뒷집 형네 부부가 두어 번 열흘 이상 집을 비웠습니다. 나는 기력이 떨어지신 어머니의 빙판으로 변한 바깥출입을 말렸습니다. 뒷집 짐승들의 먹이를 챙깁니다다. 아침 산책을 나서며 텃밭가 닭장 50여 마리 닭의 하루치 물과 모이를 듬뿍 먹이통에 쏟아 부었습니다. 고양이 재순이(미련한 놈), 노순이(영리한 놈), 노랑이(개구쟁이)의 끼니를, 아침과 저녁으로 사료를 밥그릇에 챙겼습니다. 노순이는 나이가 들어 이빨이 시원치 않습니다. 사료 몇 알을 우물거리다 이내 뒤로 물러납니다. 재순이의 식탐은 날이 갈수록 사나워졌습니다. 노순이와 노랑이의 식사는 광안에서, ..

뒷집 새끼 고양이 -36

때 아닌 가을장마였다. 퍼붓던 비가 잠시 주춤한 이른 아침, 이틀 만에 산책에 나섰다. 옛길에 접어들기 전 뒷집 고양이 새끼들이 궁금했다. 아! 박스 안 두 마리의 몸이 뻣뻣했다. 새끼들이 세상의 빛을 본 지 스물다섯 날 째였다. 녀석들은 채 피어나기도 전에 생을 마감했다. 낮게 내려앉은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했고, 나의 마음은 우중충했다. 노순이가 낳은 아홉 배 째 새끼는 얼룩이와 노란빛 세 마리 모두 네 마리였다. 뒷집 형이 며칠 째 보이지 않던 노순이가 마당 광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녀석이 배가 고파 할 수없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형이 새끼들을 품에 안고 왔다. 유아방은 본채에 이어진 보일러가 앉은 부속건물 봉당의 골판지 박스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았다. 노순이는 하루나 이틀 전에 몸을 풀었을 ..

뒷집 새끼 고양이 - 34

새끼 고양이 네 마리가 분양된 지 열흘이 지났다. 노순이는 여덟 배 째 새끼를 다섯 마리 낳았다. 젓을 떼기 전에 한 마리가 죽었다. 암놈 한 마리는 느리 선창 민박집에서 먼저 데려갔다. 태어난 지 두 달 째 되는 날 수놈 세 마리가 모두 주인을 만났다. 한 마리는 봉구산너머 진말 농협 앞집으로, 두 마리는 서울로 먼 길을 떠났다. 뒷집 형이 봉고 트럭으로 세 마리를 진말로 데려다 주었다. 두 마리는 도시 고양이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녀석들이 만난 새 주인이 반려묘를 진정으로 아끼는 인정많은 분들이면 좋겠다. 이미지는 혼자가 된 노순이가 다음날 아침 참새를 입에 물고 일곱 배 째 혼자 태어난 노랑이를 비껴 지나갔다. 노순이는 새 사냥의 명수였다. 참새, 박새, 콩새 심지어 덩치 큰 직박구리와 멧비둘..

뒷집 새끼 고양이 -33

위 이미지는 나에게 데자뷰였다. 2019. 8. 「뒷집 새끼 고양이 - 21」의 장면과 같았다. 새끼들이 태어난 지 한 달하고도 20여일이 지났었다. 노순이는 그때 네배 째 낳은 새끼들이 어느 정도 앞가림을 하자 우리집 뒤울안으로 이끌고 왔었다. 어미가 새끼의 목덜미를 무는 행동은 무리였다. 새끼들은 어미 말을 지상명령으로 여겼다. 녀석들에게 가파른 화계花階는 넘어지고 엎어지는 고난의 대장정이었을 것이다. 〈심장이 뛴다 38.5〉 촬영팀이 이틀 동안 북새통을 떨자 노순이는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보일러를 앉힌 넓은 광을 포기하고 이사를 감행했다. 저온저장고의 출입통로로 쓰이는 길쭉한 틈새 공간이었다. 허드레 물품이 어지럽게 널린 비좁은 공간에서 새끼들은 장난질에 여념이 없었다. 산책을 나설 때마다 새..

뒷집 새끼 고양이 - 32

노순이가 여덟 배 째 새끼를 낳은 지 한 달이 되었습니다. 132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은 그날, 노순이는 몸을 풀었습니다. 녀석은 그동안 사람 눈이 안 뜨이는 곳을 골라 몰래 새끼를 낳았습니다. 노순이의 몸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어느 때보다 배가 불러 뒷집 형수는 걱정했습니다. 녀석의 배는 땅에 끌릴 정도로 크게 부풀었습니다. 형수는 노순이의 해산일을 정확히 맞추었습니다. 광에 골판지 박스로 분만실을 마련하고 미닫이를 닫았습니다. 경험 많은 노순이는 무탈하게 새끼 다섯 마리를 순산했습니다. 여섯 배 째는 얼룩이를, 일곱 배 째는 노랑이를 한 마리씩 낳던 노순이가 네다섯 배처럼 다섯 마리를 낳았습니다. 어미를 닮은 노란빛이 세 마리, 아비를 닮았을 희끗희끗한 놈이 두 마리였습니다. 열흘이 지났을까, 아침 ..

뒷집 새끼 고양이 - 31

위 이미지는 노랑이가 뒷집 마늘밭 고랑에 앉아 숨을 골랐다. 노순이 모녀는 요즘 그들만의 아지트였던 광에서 밖으로 쫓겨났다. 그동안 날이 추워 방에 들였던 병아리들을 광에 설치한 유아원(?)으로 옮겼다. 길이가 2m, 폭은 1m, 높이가 1m 크기였다. 아직 새벽 기온은 낮았다. 투명비닐을 덮었고, 백열등을 켜 놓았다. 50여 마리의 병아리들은 인기척이 나면 옹송그리며 서로 몸을 부볐다. 고양이 모녀는 마당 모서리 텃밭의 경사면에 이어붙인 농기계창고에서 지냈다. 노순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집에 발걸음을 했다. 노랑이는 무엇을 하는 지 통 볼 수가 없었다. 날이 많이 풀려 한데서 자도 녀석들은 별 탈 없을 것이다. 점심을 먹고 산책에 나섰다. 뒷집 형네 부부가 집으로 들어서는 언덕 길가에서 일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