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위어가는 오후의 햇살이지만 푹푹찌는 더위는 더듬이가 잘린 곤충처럼 나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다.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다. 담양 소쇄원 - 조선 중종때 양산보가 산수좋은 곳을 골라 마련한 주거공간으로 조경한 원정. 소쇄는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뜻이다. 감각이 마비된 나는 무조건 담양이라는 지명에 집착하고 있었다. 무등산 남쪽 산비탈에 자리잡은 소쇄원. 광주터미널에서 담양행 직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긴긴 여름해가 무등산 너머로 꼬리를 감추고 있었다. 담양터미널. 소쇄원 입구 대나무밭의 청량함을 떠올리며 차편을 묻는 나에게 돌아온 대답은 황담함 그 자체였다. 운주사를 찾는 나주버스터미널의 또다른 내가 거기에 있었다. 소쇄원행 차편은 광주 동구 농산물시장앞에서 125번 버스를 이용하란다. 수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