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409

마니산 참성단 소사나무

천연기념물 제502호 강화江華 참성단塹星壇 소사나무는 ‘하늘아래 첫 천연기념물’인지 모르겠다. 우리민족의 시조 단군왕검이 제단을 쌓고 하늘에 제를 올렸던 마니산 참성단에 자리 잡았다. 마니산은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의 정중앙에 지리잡은 민족의 영산靈山이었다. 마니산 정상은 해발 472.1m에 불과하지만 섬산이라 해발 0m 가까이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만만치 않은 높이였다. 강화도 최고봉으로 참성단에 오르려면 화강암 급경사를 힘들게 기어 오를수 밖에 없었다. 하늘은 물기를 잔뜩 머금었고, 구름은 낮게 떠있었다. 곧장 빗줄기를 퍼부을 것처럼 찌푸린 날씨였다. 이른 시각인지 산을 오르거나 내려오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입장료는 2,000원이었다. 얼마만의 마니산 산행인가. 매표소를 지나자 등산로 좌우로 ..

화도 사기리 탱자나무

천연기념물 제79호 강화江華 사기리沙器里 탱자나무를 찾아가는 길은 사행蛇行 길이었다. 전등사 입구 사거리를 지나, 초지대교 방향으로 얼마 안가 삼거리에서 우회전했다. 해안남로는 길화교에서부터 인도가 없는 왕복2차선이다. 정수사, 동막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길은 옛 신작로에 아스콘을 덧씌워 맞은편에 차가 보이면 조심스럽게 서행할 수밖에 없었다. 길가에 카페, 농산물판매점, 음식점이 즐비했다. 이른 시각인데도 차량이 제법 많았다. 야트막한 고개를 앞두고 오른편에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30호 영재寧齋 이건창(李建昌, 1852-1898)의 생가 명미당明美堂이 나타났다. 생가 출입을 막는 저지선에 차를 멈추었다. 마당앞 좁은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마당가 큰 나무로 향했다. 수고 10m, 나무둘레 1.8m, 수령 약 3..

강화 갑곶리 탱자나무

천연기념물 제78호 강화江華 갑곶리甲串里 탱자나무를 접견하려 길을 나섰다. 〈강화역사관〉 경내의 천연기념물 탱자나무를 대한 지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른 시간인 지 넓은 주차장에 차가 드문드문 서있었다. 매표소로 다가섰다. 「2021. 7. 1.부터 입장료 무료」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왼편 석축 위에 잘 손질된 나무 울타리가 둘러 싼 건물은 〈강화전쟁박물관〉이었다. 길을 사이에 두고, 오른편은 조선시대 자연보호 표석인 금표를 비롯한 67기의 〈강화 비석군〉이 도열했다. 20년 전 강화도 답사 때 강화대교 옆 산비탈에 늘어섰던 비석들이었다. 경내는 벽돌과 돌계단으로 포장되어 신발에 흙을 묻히지 않고 돌아볼 수 있었다. 흰 구름이 푸른 하늘아래 둥실둥실 떠있고, 멀리 이섭정利涉亭의 지붕이 보였다. 정..

주문도 살꾸지항

하늘은 조선 청화백자靑華白磁의 회회청(回回靑, 코발트) 색이었다. 바다는 고려청자의 비색翡色이었다. 참 물때를 지나 바닷물이 쓴 지 한시간여 흘렀다. 제방 석축의 물 자국으로 보아 오후 2시쯤이나 되었을 것이다. 푸른 하늘을 흰 구름이 점점이 수놓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바닷물은 미풍에 잔물결을 일으켰다. 물때는 조금에서 사리로 넘어가는 세물 때였다. 아랫집 할머니 말을 빌리자면 갯벌의 상합이 꾸어서라도 눈에 뜨인다는 물때였다.2015년 발행된 『서도면지西島面誌』를 펼쳤다. 살곶이는 고려장 동남쪽에 길게 뻗은 지형이 험한 곶串이었다. 여기서 고려장은 조선시대 말을 기르던 마을이었다.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로 땅이름에 대한 설명이 턱없이 부족했다. 지형이 ‘화살’처럼 좁고 길게 뻗어 이름을 얻은 것으..

선원김선생순의비仙源金先生殉義碑

고전인문학자 정민의 청풍소언淸風素言을 잡다가 ‘독서종자讀書種子’란 말을 만났다. 문곡文谷 김수항(金壽恒, 1629 - 1689)과 맏아들 김창집(金昌集, 1648 - 1722)은 기사환국과 신임사화 때 사약을 받았다. 세상을 뜨기 직전 부자는 자손에게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나는 부끄럼 없이 죽는다. 너희가 독서종자가 되어 가문의 명예를 지켜다오.’ 조선시대 명문가는 책 안 읽는 자손들이 나올까 두려워했다. 문곡의 아들들은 장남 김창집을 비롯해 ‘창昌’자 항렬로 당대 최고의 명사로 불리었던 ‘육창六昌’ 이었다. 조부는 척화파의 영수로 청淸의 심양瀋陽에 볼모로 끌려갔었던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 1570 - 1652) 이었다. 영상세대를 위하여 부연하자면 김훈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에서 이병헌이 분한 주..

말도의 가을

말도唜島의 唜말은 새로 만든 한자로 末(끝 말)에 叱(꾸짖을 질)을 붙였다. 옛날 관청 보고가 항상 늦어 꾸지람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지어졌다고 한다. 사정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였다. 말도 주민들은 삼보12호 아침배로 볼음도에 하선하여 한 주일에 네 번 운항하는 행정선으로 갈아타고 섬을 드나들었다. 안개가 바다를 점령하거나, 바람이 거세 풍랑이 일면 그마저 결항되기 일쑤였다. 올 들어 말도에 첫 발걸음을 하게 됐다. 1박2일 농기계수리로 일행은 5명이었다. 볼음도에서 뻗어 나온 갯벌로 행정선은 바다 위에 반원을 그리며 말도에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끝섬은 북방한계선(北方限界線, Northern Limit Line)에 위치하여 남북의 긴장이 고조될때마다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먼 바다에서 말도로 접근하..

주문도 마트의 코코

코코가 주인장과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코코는 코카 스파니엘(Cocker Spaniel) 종으로 5살입니다. 반려견에 문외한인 나는 주인에게 코코의 견종을 물어보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알았습니다. 다정한 성격으로 명랑 쾌활하며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똑똑하여 훈련의 이해도가 높지만 어리광도 잘 부린다고 합니다. 코코의 훈련 이해도는 모르겠지만 녀석의 어리광은 섬의 개 세계에서 알아줄 만 합니다. 코코와 술자리을 한 지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더운 여름, 시원한 생맥주를 들이키며 마른안주 봉지를 뜯습니다. 코코는 냉큼 뒷발로 서서 앞발을 내 허벅지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녀석은 연신 혀로 코를 핥으며 입으로 향하는 나의 손을 따라 눈알을 굴렸습니다. 녀석의 얼굴은 궁상덩어리 그 ..

햇바람 ~ ~ ~ 나다.

입추立秋가 하루 지나고, 말복末伏이 이틀 남은 휴일이었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마른 장마가 물러간 지도 어언 한 달 여가 되었다. 서해의 작은 섬들은 지독한 가뭄에 시달렸다. 하늘만 바라보던 간척지의 벼 포기들은 짠기가 올라와 벼 끝이 시뻘겋게 타들어갔다. 밭작물은 한 뼘도 자라지 못하고 이식한 채 그대로였다. 시원한 온돌방에 등짝을 붙이고 누웠다가 깜빡 낮잠이 들었다. 잠결에 어렴풋이 빗소리를 들은 것일까. 활짝 열어놓은 창문으로 밀려드는 대기의 습기를 맡은 것일까. 얼결에 눈을 떴다. 빗방울 듣는 소리가 후두둑! 귓구멍 가득하게 들어찼다. 의자 등받이에 걸쳐있던 옷을 걸치고 현관문을 밀쳤다. 텃밭으로 내려서는 계단에 올라섰다. 어머니가 그물망에 든 양파 꾸러미를 간추리고 계셨다. 마른 텃밭의 황..

뒷집 새끼 고양이 - 27

외동딸 얼룩이가 태어난 지 달포가 지나, 두 달이 가까워졌습니다. 젓을 혼자 먹으면서, 뒷집 형수의 유별난 애정으로 녀석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놈은 사람도 먹기 힘든 영양제를 상시 복용했습니다. 얼룩이는 아빠가 누군지 모르나, 부모의 유전자를 고루 받은 털색으로 이름을 얻었습니다. 아침 산책을 나서며 모녀의 안식처에 들렀습니다. 동녘 창으로 아침 해가 환하게 비쳤습니다. 살을 알뜰하게 발라먹은 뼈다귀가 가지런히 놓였습니다. 어미 노순이의 결벽증인지 모르겠습니다. 위 이미지는 부쩍 큰 얼룩이가 어미젓을 빨고 있습니다. 만사가 귀찮은지 노순이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나를 올려다보며 힘없이 야 ~ ~ 옹! 아는 체를 했습니다.뒷집 형수가 뭍에 출타하면 노순이는 우리집에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청개구리의 안부를 묻다.

라틴아메리카 북부 기아나 고지는 세계적인 생물다양성의 보고입니다. 이곳에 사는 양서류 269종 가운데 54%가 고유종입니다. 최근 새로 발견된 3종의  좀비개구리는 맹꽁이과의 아마존 개구리로 평생을 땅속에서 살아 생활사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서식지가 낙엽이나 흙속으로 알도 땅속의 구덩이에 낳고 올챙이는 자랄 때 필요한 양분을 몸에 지닌 채 깨어납니다. 땅속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개구리의 발목뼈가 융합되는 진화론적 특성을 보였습니다.우리나라의 맹꽁이도 주로 땅속에서 살아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맹꽁이는 밤에 먹이사냥을 합니다. 어린 시절 살아있는 맹꽁이를 본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서해의 작은 섬 주문도注文島의 맹꽁이 군락지를 혼자만의 비밀로 알고 있습니다. 녀석들은 장마가 돌아오면 산란기를 맞아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