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산책에 나섰다. 년중 낮 시간이 가장 긴 절기인데 하늘이 어두워져오고 있었다. 대빈창 해변 제방에 들어섰다. 바위벼랑 반환점을 향해 발걸음을 빨리했다. 거센 광풍이 휘몰아치며 사위가 어두워지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뛰다시피 걷던 마을주민 세 명이 나를 지나치며 말했다. “도지가 몰려 온다.” '도 - 지, 도 - 지' 나는 낮게 중얼거리며 가던 길을 재촉했다. 그들은 뜀박질로 나와 빠르게 멀어져갔다. 동녘에서 빠른 속도로 하늘을 뒤덮으며 쫓아오던 먹장구름이 나를 추월했다. 볼음도 해변으로 떨어지는 일몰을 검은 구름이 덮쳐 들었다. 대기는 낮 동안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갑작스럽게 바람이 몰아치며 작은 섬을 휩쓸었다. 나는 바람결에서 미세한 물기를 감지했다. 발걸음을 뒤돌려 빠르게 마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