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도 등대 등명기는 1분에 5회전했고 광달(光達)거리는 25마일이었다. 25마일 밖 해상에서 그 빛은 12초에 한 번씩 명멸하는 백색 섬광으로 보였다. 밤의 바다에서 어둠과 물보라에 가리워 섬은 보이지 않았고 12초에 한 번씩 깜박이는 불빛이 보였다. 12초 1섬광. 거기가 소라도였다.’(95쪽) 김훈의 소설집 『강산무진』(문학동네, 2006)에 실린 단편 「항로표지(航路標識)」의 한 문장이다. 서도(西島) 군도(群島)는 4개의 유인도와 9개의 무인도로 구성되었다. 바닷물이 차면 물속에 들어 보이지 않고, 바닷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여는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강화도와 서도를 오가는 카페리호의 선장은 베테랑이 조타수를 잡았다. 그만큼 숨어있는 여로 인한 위험 항로였다. 볼음도와 아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