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410

JAM Live&Q.Feat

나의 스마트폰에 깔린 생방송 퀴즈어플(app)은 두 개입니다. 먼저 〈JAM Live〉는 2018년 8월 직장 동료의 소개로 알게 되었습니다. 한 달여 만에 뭍에 나가 본소의 동료와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둘러 아이스커피를 마셨습니다. 그때 동료가 스마트폰을 나의 눈앞에 내밀었습니다. 12시 30분이었습니다. 볼륨을 끄고, 하단에 개미떼처럼 기어오르는 댓글을 지웠습니다. 퀴즈에 몰입하라는 배려였습니다. 나의 잡식성 상식이 그런대로 통하는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였습니다. 동료가 나의 스마트폰에 〈JAM Live〉 어플을 설치하고 퀴즈 참여요령을 일러주었습니다.그때 퀴즈쇼의 시작 시간은 낮 12시 30분이었고, 출제 항목은 모두 12문제였습니다. 대표적인 퀴즈 어플답게 〈JAM..

앙칼진 소녀가 매섭게 할퀴다.

제가 서해의 작은 외딴 섬 주문도에 터를 잡고 직방으로 마주친 태풍은 네 번째였습니다. 2000년 쁘라삐룬, 2010년 곤파스, 2012년 볼라벤 그리고 2019년 링링이었습니다. 네 번의 가을 태풍은 서해안을 타고 올라와 수도권 아니면 북한을 관통한 후 소멸했습니다. 2019년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은 홍콩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소녀의 애칭입니다. ‘링링’은 많은 비를 뿌리기보다 강한 바람을 몰고 와 큰 피해를 남겼습니다. 강풍의 위력은 역대 한반도로 올라 온 태풍 가운데 5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전남 신안 흑산도에서 7일 오전 최대 순간풍속 초속 54.4m(시속196㎞)의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앞서 주문도에 들이닥친 세 개의 태풍으로 입은 우리 집의 직접적인 피해는 단 한번 뿐이었습..

뒷집 새끼 고양이 - 22

녀석들이 우리 집으로 이주한 지 보름이 되었다. 봉구산 능선아래 묵정밭의 잡풀이 키를 늘였다. 아침해가 막 봉구산을 넘어섰다. 두 마리는 감나무 줄기를 기어오르고, 두 마리는 밑둥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새끼 고양이들이 세상 빛을 본지 70여일이 지났다. 노순이와 새끼 고양이 네 마리는 식사를 할 때면 어김없이 부엌 샛문에 진을 쳤다. 노순이가 가냘프게 야 ~~ 옹! 먹을 것을 달라고 졸랐다. 김치냉장고의 마른 망둥어 두 마리를 꺼내 던져주었다. 노순이가 단단한 마른 망둥어를 잘근잘근 씹어 새끼 앞에 놓았다. 두 마리는 망둥어에 매달렸고, 두 마리는 형제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미가 느긋하게 자리를 지켰다. 고양이는 야행성 동물이었다. 새끼들은 낮 시간 대부분을 잠으로 소일했다. 자정이었다. 노순이의 날..

거미의 마음을 보았는가.

그래, 내가 열아홉이라면 저 투명한 날개를 / 망에서 떼어내 바람 속으로 되돌릴 수 있겠지 / 적어도 스물아홉, 서른아홉이라면 짐짓 / 몸 전체로 망을 밀고 가도 좋을 게다 / 그러나 나는 지금 마흔 아홉 / 홀로 망을 짜던 거미의 마음을 엿볼 나이 / 지금 흔들리는 건 가을 거미의 외로움임을 안다 / 캄캄한 뱃속, 들끓는 열망을 바로 지금, 부신 햇살 속에 / 저토록 살아 꿈틀대는 걸로 바꿔놓고자 / 밤을 지새운 거미, 필사의 그물 짜기를 나는 안다 / 이제 곧 겨울이 잇대 올 것이다. 이면우의 시 「거미」의 2연입니다. 먼동이 터오는 아침 산책길에서 거미를 만났습니다. 대빈창 해변으로 향하는 봉구산자락 옛길은 경사진 아래위 밭 가운데를 지나는 길입니다. 자연부락 느리와 대빈창 그리고 꽃동네 주민들이 ..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미국의 소설가 리처드 바크(Richard Bach, 1936~ )가 1970년에 발표한 우화소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유명한 문장입니다. 소설의 주인공 갈매기 조너선은 본질적 삶에 대해 끊임없이 사색합니다. 일생동안 비행에 대한 꿈과 신념을 실현하고자 끝없이 노력합니다. 삶의 진리와 자기완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작품으로 누구나 귀에 익은 말입니다.대기 중 습도가 높아 무더위가 여적 가시지 않았습니다. 절기는 입추를 지나 처서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한낮의 기온은 30℃ 넘어서지만 아침저녁으로 바람에 선선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먼동이 터오며 밤새 진군한 안개가 서서히 벗겨지고 있었습니다. 나의 산책은 일년 열두달 같은 길을 오고 갑니다. 대빈창 해변 솔숲을..

뒷집 새끼 고양이 - 21

닷새 전 노순이가 새끼를 이끌고 우리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새끼를 낳은 지 40여일이 지났습니다. 찬바람이 난다는 입추였습니다. 저녁 6시 무렵 마당에 들어서니 어디선가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뒤울안으로 돌아서자 노순이가 앞장을 서고 새끼 네 마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뒷집에서 가장 빠른 지름길인 화계(花階)를 질러 왔습니다. 오리 어미를 뒤따르는 새끼들처럼 새끼 고양이들은 뒹굴고 자빠지고 뛰어 내려 뒤울안 평상 밑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저녁 찬으로 어머니가 말린 망둥어 찜을 내놓았습니다. 뒷집 형수가 건네 준 밑반찬입니다. 해가 묵어 그런지 맛이 없어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때 노순이가 부엌샛문 방충망 너머에서 야 ~ ~ 옹 ! 졸라댔습니다. 나는 찐 망둥어 두 마..

저수지가 다시 차오르다.

주문도 저수지의 넓이는 만평입니다. 저수지 물로 농업용수를 대는 몽리면적은 20만평입니다. 바닥을 드러냈던 주문도 저수지에 다시 물이 차오릅니다. 장마다운 장마가 몇 년만에 찾아왔습니다. 7월말 마지막으로 올라 온 장마전선이 북상과 남하를 반복하며 비를 흠뻑 뿌렸습니다. 그때까지 연중 강수량은 133mm 이었습니다. 현재 총 강수량은 335mm 입니다.  엿새동안 내린 비가 연간 강우량의 2/3에 가깝습니다. 농부들은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쉬었습니다. 벼농사에 있어 요즘은 수잉기에 해당됩니다. 쉽게 얘기해서 벼가 이삭을 배는 때입니다. 벼 이삭이 패기 전으로 3일 관수, 2일 배수로 물걸러대기를 할 시기입니다. 언감생심입니다. 물 부족으로 인해 논바닥에 금이 쩍쩍 가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르신네들은 ..

뒷집 새끼 고양이 - 20

위 이미지는 노순이가 네 배 째 새끼를 품고 젖을 먹이고 있습니다. 다섯 마리 모두 엄마를 꼭 빼닮았습니다. 세 배 째까지 도둑고양이한테 해코지를 당해 새끼를 잃은 노순이의 노심초사는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힘겹게 우리집 뒤울안에 놀러 온 노순이가 젖꼭지가 도드라진 부른 배를 드러내고 뒹굴 거렸습니다. 뒤쫓아 온 뒷집 형수가 노순이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노순아, 새끼는 집에 나아. 잘 보살펴 줄께” 노순이는 두 배 째 새끼를 감나무집 고구마 밭에 몰래 낳아 젖을 먹였습니다. 형수는 보일러실 광에 종이박스로 고양이 분만실을 마련했습니다. 이틀 동안 보이지 않던 노순이가 배가 홀쭉해 돌아왔습니다. 허기진 배를 채운 노순이의 뒤를 뒷집 형수와 어머니가 쫓았습니다. 노순이는 저온저장고가 앉은 창고..

묵정밭의 양파

이십여 년 전 남도를 여행하다 드넓은 양파밭을 보고 저는 놀랬습니다. 단순한 생각으로 파에 접두사 양(洋)이 붙어, 유럽이나 미국의 양념채소로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김포는 양파가 귀했습니다. 먹을 것이 궁했던 어린 시절, 꽁꽁 언 땅에 묻힌 대파 뿌리를 캐 짚불에 구워 먹었습니다. 아무리 기억을 되살려도 양파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오일장에서 머리에 이고 오신 10개들이 그물 포장에 담긴 양파가 기억의 전부입니다. 아버지는 물에 만 찬밥에, 네 쪽으로 쪼갠 양파를 고추장에 찍어 급하게 점심을 드시고 논으로 향하셨습니다. 십여 년 전 주문도에 삶터를 꾸리고 텃밭에 양파를 처음 심었습니다. 찬바람이 일면 마늘은 갈무리한 종구를, 양파는 읍내 종묘상의 양파모종을 구해 텃밭에 이식했습니..

한 살림 : 토끼-닭-참새

·  “이상한 토끼도 다 있네” 동료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어느 주말 하릴없이 소요하던 나의 귀에 요란스런 닭 울음이 들렸습니다. 대낮의 허공에 울려 퍼지는 소리는 공포에 찌든 닭의 비명이었습니다. 석축을 한 면으로 폐그물로 얼기설기 두른 임시방편의 닭장 부근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믿지 못할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헐거운 폐그물 우리 안으로 들어가려 빈틈을 두리번거리는 검정닭의 잔등에 흰색 바탕의 회색 얼룩무늬 토끼가 올라탔습니다. 토끼는 앞발을 높이 들어 올렸다가 힘껏 닭의 잔등을 내리쳤습니다. 닭이 놀라 몸을 뒤틀자 토끼는 할 수없이 땅에 내려 섰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점프를 뛰어 다시 닭 잔등에 올라탔습니다. 녀석의 행동은 흡사 닭을 괴롭히는 조폭 토끼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