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409

철우왕진기(鐵牛往診記)

기해년(己亥年)의 봄은 성큼 다가왔지만, 한반도의 하늘은 연일 미세먼지 공습으로 사람들은 우울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렇다고 쇠소(鐵牛)들의 탈 난 몸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3월초 황금연휴를 맞아 여지없이 수의사들이 섬에 당도하였습니다. 위 이미지는 주문도 모퉁이돌 선교원의 훈련원 운동장입니다. 옛 서도 초등학교 자리였습니다. 섬의 쇠소들이 한 자리에 모여 때 빼고 광내는 하루였습니다. 주인 손에 이끌려 논밭에서 흙먼지를 날리다가 하루 두 번 물때에 맞추어 갯벌에 나서는 섬 쇠소의 노동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습니다. ‘짠기에 쩐’ 쇠는 쉽게 녹이 습니다. 섬주민들은 말합니다.  “무쇠도 짠기를 당해낼 수 없다.”  부품을 실은 짐차 3대가 전날 저녁 배로 주문도에 도착하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

역진화(?)하는 토끼들

주문도 봉구산 북사면에 자리 잡은 사무실은 사시사철 그늘이 졌습니다. 토배기들은 봉구산 너머 마을보다 평균 5℃ 정도가 기온이 낮다고 말합니다. 위 이미지는 운동장과 한 계단 높은 본관 사이의 경사면에서 뛰놀고 있는 토끼 세 마리입니다. 녀석들은 원래 동료 토끼 두 마리와 오골계 두 마리와 재래종 닭 두 마리와 한 우리에 기거하고 있었습니다. 운동장과 아래관사는 석축으로 단절되었습니다. 석축을 한 면으로 폐그물로 삼면을 에워싸 토끼와 닭의 우리를 만들었습니다. 상공을 선회하는 매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습니다. 조립식 판넬로 지붕을 덮었습니다.흰빛 바탕에 회색 얼룩무늬 토끼 세 마리, 잿빛 토끼 한 마리, 검정 토끼 한 마리 모두 다섯 마리입니다. 암수 구분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운동장 양지바른 곳에 쪼그..

옥동식屋同食의 돼지곰탕

2010. 5. 3. 나의 블로그 〈daebinchang〉의 개설일이다. 책 리뷰가 800개, 소소한 일상을 다룬 글 200개, 답사기가 100개를 넘겨 전체 글이 1,200개를 앞두고 있다. Daum 블로그에서 압도적인 분야가 ‘맛집’에 대한 식후 소감이다. 나의 블로그에 전무한 분야다. 오늘 첫 발자국을 띄게 되었다. 서해의 작은 외딴섬에 삶터를 꾸린 얼치기 생태주의자에게 오늘 글은 유일한 맛집 기행이 될 가능성이 크다.농부시인 고재종의 시집 『쪽빛 문장』을 잡고, 학창시절 학술답사로 들른 시골 5일장에서 맛본 돼지국밥을 떠올렸다. “일제 잔재의 적산가옥이 일렬로 늘어선 시장통 입구에 국밥집이 있었다. 가마솥에서 돼지 내장이 익어가며 물큰내를 풍기고, 김이 자욱한 솥안을 아주머니가 바가지로 휘저었다...

바위벼랑 전망대

날씨가 추워지고, 해가 짧아지면 대빈창 해변으로 향하는 나의 발길은 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평일의 산책은 건강관리실 런닝머신으로 대신합니다. 날이 풀린 휴일, 봉구산을 넘어 온 아침 햇살이 마을 구석구석 퍼지는 시각, 오랜만에 대빈창 해변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올 겨울의 날씨도 도통 종잡을 수 없습니다. 밝고 맑은 햇살에 이끌려 길을 나섰지만 바닷바람은 볼이 얼얼할 정도로 매웠습니다. 미세먼지로 뿌연 대기 탓에 분지도의 몰골이 초췌해보였습니다.바위 절벽에 엄나무가 자리 잡은 대빈창 산책의 반환점에 못 보던 구조물이 들어섰습니다. 야생으로 돌아왔던 애완토끼 토진이의 안마당이었던 삼태기 형상의 공터에서 가파른 산날맹이까지 나무테크 계단이 놓였습니다. 대빈창 해변에 발을 담..

느리의 집착

“강아지가 머라고 중얼중얼 거리네.” 어머니 말씀이십니다. 느리가 개장에서 밖으로 끌어 낸 헌옷을 다시 창고안 개장에 넣어주려고 집어 들자, 느리가 앞발로 헌옷을 누르며 끙끙 거렸습니다. 느리의 헌옷에 대한 집착은 집요함을 넘어 병적입니다. 강아지가 우리집에 도착한 날, 느리의 집을 어머니 방에 군불 때는 아궁이가 설치된 봉당으로 정했습니다. 먼 길을 종이박스에 담겨 이동한 강아지는 폐쇄 공간 트라우마에 시달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녀석은 첫날 밤새 잠을 못 이루고 끙끙거렸습니다. 어린 강아지가 안쓰러웠던 어머니는 당신의 방에 예의 헌옷을 깔고 강아지와 같이 밤낮을 지냈습니다. 이웃 형수들의 쓴소리에 느리의 집은 창고 한 칸으로 옮겨졌습니다.창고 안 개장에 느리가 어머니 방에서 보름동안 묵었을 때 깔고 앉았..

2018년 무술년 해넘이

위 이미지는 2018년 12월 30일 오후 4시 40분경 대빈창 해변 해넘이 풍경입니다. 일몰시각은 5시 25분이었지만, 제방길을 따라 산책 반환점에 다다른 나는 바위 벼랑에 새로 만든 나무테크 계단을 올랐습니다. 계단 쉴참에 조성된 전망대는 멀리 분지도와 대빈창 갯벌을 한 눈에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하루 남은 무술년의 일몰이 갯벌에 찬란한 금빛 띠를 드리웠습니다. 2019년 기해년 해돋이는 7년 만에 봉구산 정상에서 맞겠다고 별렀습니다. 척박한 바위 벼랑의 헐벗은 아까시 나무와 윤기 없는 솔잎을 헐겁게 매단 해송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이 애잔합니다. 새해를 맞는 신생의 해돋이보다, 가는 해의 일몰에 어쩔수 없이 마음이 끌립니다.2019년 기해년은 돼지띠입니다. 인생의 2/3를 노동 강도와 작업환경이 열..

저어새가 들려주는 볼음도 이야기

‘고려사’ 지리지 강화도 편에 파옹도라 불렸다는 기록이 나옴. 하늘에 제사지내는 섬이라는 뜻! 왜 ~ 볼음도일까? 임경업 장군 - ‘임경업 장군이 풍랑을 피해 잠시 머물던 중 보름달을 봤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이야기도 있음’ 볼음도 은행나무 - 800년전 홍수로 떠내려 온 것을 심은 것. 은행나무 가지를 다치게 하거나 부러뜨리면 목신의 진노를 사서 재앙이 온다는··· 높이 24.5m 밑동둘레 9.8m 가슴둘레 9m 천연기념물 304호 볼음 저수지 - 큰기러기, 물닭 저어새 - 넓적한 부리를 물에 집어넣고 휘휘 저어서 먹이를 잡는다고 붙여진 이름! 천연기념물 205호 ‘강화 군조’ 전 세계에 3350 마리밖에 없음. 그런데 강화도 인근 무인 도서가 번식지 ~. 초겨울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 등지..

뒷집 새끼 고양이 - 18

이미지에서 위는 겁 많은 검돌이가 인기척에 뒤을 돌아보고, 아래는 노순이와 재순이가 폭풍흡입에 여념이 없습니다. 먹이는 진돗개 새끼 ‘느리’의 개사료입니다. 녀석들이 블로그에 어린 새끼로 얼굴을 내민 지 2년 반이 흘렀습니다. 재순이는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느라 인상을 써서 그런 지 늙은 티가 역력합니다. 노순이와 검돌이는 두 배 새끼를 본 어미입니다. 세 놈은 뒷집 형네 부부가 뭍에 외출하면 아예 우리집에 눌러 붙습니다. 먼동이 터오기 전 아침배가 출항하면 녀석들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우리집에 내려 옵니다. 재순이는 아침부터 빨리 사료를 내 놓으라고 땡깡질입니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녀석은 지독한 찌릉소입니다. 매를 맞아도 그뿐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야 ~ 옹! 야 ~ 옹! 끈질기게 조릅니다. ..

느리가 신통하다.

‘느리’는 산부리가 길게 뻗어나가 늘어진 곶(串)이 있는 주문도의 자연부락 이름이면서 새 식구가 된 지 달포가 지난 우리집 진돗개 새끼 이름입니다. 어머니는 동네 이름을 자꾸 까먹으십니다. 하루에 몇 번씩 강아지를 부르시면 자연스럽게 기억에 오래 남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느리는 작은 형 손에 끌려 낯설고 물 선 서해의 외딴 섬까지 네 시간의 고된 여행을 마쳤습니다. 어머니 방에 군불을 때는 아궁이를 들인 봉당이 느리의 보금자리였습니다. 보일러실과 붙어있어 찬 계절을 이겨내기에 강아지한테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엄마 품을 떠나 상자에 갇혀 먼 길을 온 느리가 연신 끙끙거리며 작은 몸을 떨었습니다.어머니는 느리가 안쓰러운지 방에서 함께 지내셨습니다. 방바닥에 깔린 두툼한 헌옷이 녀석의 잠자리가 되었습니다. 느리..

분지도 이야기 셋

분지도(分芝島)는 면적 0.04㎢, 해안선 연장 1.4㎞, 해발 7m의 작은 무인도입니다. 서도(西島) 군도(群島)의 9개의 무인도 중 가장 친근한 섬으로, 아침저녁 산책길에 하루 두 번 만나는 섬입니다. 분지도는 대빈창 해변에서 서향으로 1.5㎞ 정도 떨어졌습니다. 섬 이름은 주문도에서 분리되어 나갔다는 의미로, 떼를 나누었다는 뜻이 됩니다. 하루 두 번 물이 밀면 분지도는 온전한 섬이지만 물이 썰면 갯벌이 드러나 주문도와 뭍으로 연결됩니다. 분지도 주변 갯벌은 상합 조개 천지입니다. 돈이 귀한 섬 주민의 화수분 창고입니다. 날이 차 상합조개가 갯벌 속 깊이 몸을 숨기는 추운 계절은 어쩔 수 없지만 갯벌이 드러나면 주민들은 어김없이 그레를 메고 섬 주변 갯벌을 뒤집니다.어릴 적 이름으로 불리는 문갑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