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409

뒷집 새끼 고양이 - 14

우리집은 주문도 선창에서 대빈창 해변으로 넘어가는 고갯길 정상에 자리 잡았습니다. 제법 다리품을 파는 경사로 밭은 석축 위아래 이층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블로그 〈daebinchang〉의 카테고리 「텃밭을 부치다」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손길이 미치는 석축아래 텃밭과 석축 위 마당 진입로 양켠에 폭이 좁고 길다란 밭이 붙었습니다. 현관에서 볼 때 왼쪽 밭은 뒤울안과 연결되었고, 땅콩과 쪽파가 심겼습니다. 오른쪽 밭은 대파와 둥글레를 심었습니다. 대파와 둥글레의 경계로 시금치 몇 포기가 자리 잡았습니다. 재순이와 검돌이가 웅크리고 앉은 둥글레 밭은 푸른 기운을 볼 수 없습니다. 봄비도 내렸고 며칠 지나 둥글레 촉이 땅바닥을 밀고 올라오겠지요. 주문도에 삶터를 꾸리고 아침저녁으로 봉구산에 올랐다가 둥글레 군락을 ..

그 많던 갈매기들은 다 어디 갔을까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는 춘분 무렵의 내가 외포항입니다. 주문도에서 이른 7시에 출항한 삼보 6호가 길게 휘어 돌며 외포항 선창에 접안 중입니다. 아침 9시 무렵입니다. 석모도 석포항 선창은 삼보6호의 덩치에 가렸습니다. 삼보 6호는 원래 외포항과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 보문사가 자리 잡은 석모도를 오가던 객선이었습니다. 작년 7월 내가 황청리와 석모도 공개를 연결하는 석모대교가 완공되었습니다. 삼보 6호는 졸지에 백수로 전락하였습니다. 내가 외포항과 서도(西島)를 오가던 도선은 삼보 12호입니다. 올겨울 유다른 한파와 유빙에 시달린 삼보12호는 보름 넘게 입원하여 몸을 추스르는 중입니다. 삼보 6호가 대신 낯선 항로에 투입되어 열심입니다. 삼보 6호는 거리가 가까운 섬을 오가던 객선답게 사람보다 차량이..

은염도의 일출

바다와 하늘이 붉게 물들었습니다. 아침 해가 은염도와 송전탑 사이로 솟아 올랐습니다. 뒷배경으로 떠오르는 해를 받친 연이은 나지막한 산 능선은 삼산면 석모도입니다. 은염도의 우측으로 멀리 강화도의 최고봉 마니산이 희미하게 정상을 드러냈습니다. 절기는 경칩 무렵입니다. 은염도는 서도(西島) 군도(群島)의 9개 무인도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블로그 〈daebinchang〉에 서도면의 사람 사는 4개 섬이 간간히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오늘은 사람이 살지 않는 섬 9개의 무인도가 주인공입니다. 국제해양법에 따르면 유인도는 섬에 두세대 이상이 거주하고, 식수가 있고, 나무가 자라는 섬을 이릅니다. 위 이미지의 은염도는 주문도리 산 1번지로 석모도에서 건너오는 송전탑 행렬을 사시사철 주시하고 있습니다. 송전탑은 삼..

뒷집 새끼 고양이 - 13

노순아 ~ ~ ! 하고 부르면 녀석은 영락없이 야 ~ ~ 옹! 반응을 보입니다. 어머니는 노란 놈이 한결같이 대적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노순이는 영리합니다. 어머니는 약다고 말씀하십니다. 미닫이 현관문을 혼자 열수 없는 녀석은 어머니 방 창문 밑에서 야 ~ 옹 하고 말을 건넵니다. 문을 열어 달라는 녀석의 신호입니다. 뒷집 새끼 고양이 세 마리는 개 사료에 중독되었습니다. 사료를 포식한 녀석들이 날이 추워 집에 갈 생각이 없습니다. 마루에 올라서는 발판에 깔린 수건 위에 웅크리고 앉았습니다. 나는 녀석을 하루 재워주고 싶었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하루 재워주면 노란 놈은 계속 잘라고 할 거고, 그러면 형수가 싫어할 거야.” 어머니 말씀이 옳으십니다. 영리한 노순이가 귀엽지만 녀석에 대한 사랑에 한..

바다 건너 어머니 섬 - 2

관음도량 보문사로 유명한 석모도의 상봉산이 코앞입니다. 창문의 전망을 클로즈업 했습니다. 오후 1시배인 삼보12호가 기항지 아차도와 볼음도를 들러 강화도 외포항으로 선수를 돌렸습니다. 시간은 1시 30분경입니다. 물때는 사리입니다. 점심 무렵 바닷물이 쓸려 갯벌이 드러난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객선이 주문도에 바짝 붙었습니다. 조금 물때 점심 무렵 바다가 부풀어 오르면 배는 석모도에 붙어 멀리 떨어져 보입니다. 11월 중순부터 2월말까지 동절기에 배 시간이 바뀝니다.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시간에 맞추어 아침 배는 뒤로 늦추고, 오후 배는 앞당겨집니다. 아침배는 주문도에서 7시 30분에 출항하고, 저녁배는 강화도 외포리항에서 3시 10분에 출항합니다. 섬사람들은 뭍에 출타하여 일을 서두를 수밖에 ..

얼음 나다 또는 뜨다 - 2

7년 만에 주문도 앞바다에 얼음이 났습니다. 이번 주초 점심 무렵의 주문도와 아차도의 좁은 바다 풍경입니다. 아차도와 꽃치 섬을 잇는 제방의 띄엄띄엄 서있는 나무들조차 추워 보입니다. 제방너머 바다의 섬은 삼산면 서검도입니다. 떠다니는 유빙으로 바다가 하얗습니다. 삼보12호가 아차도 선착장에 턱주가리를 내려놓았습니다. 얼음장의 흐르는 방향과 뱃머리로 보아 밀물입니다. 폭 좁은 바다에 밀려드는 얼음장들이 병목현장을 일으켜 서로 밀치며 신음을 내지릅니다. 섬의 방언으로 죽쎄기라 부르는 갯벌에 앉았던 얼음과 성에 덩어리가 바다와 함께 부풀어 올랐습니다. 바다로 길게 뻗은 부잔교에 행정선 한 척이 매달렸습니다. 얼음왕국으로 변한 강화도 외포리 항에서 피양을 왔습니다. 행정선들은 조만간 인천 바다로 피양을 가거나..

뒷집 새끼 고양이 - 12

노순이가 디딤돌에 올라 앉아 마루로 올라설까 눈치를 살핍니다. 재순이와 검돌이는 밥그릇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폭풍흡입을 하고 있습니다. 녀석들의 먹을거리는 포대가 보이듯 개사료입니다. 고양이 세 마리는 개사료에 중독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덩치가 투실한 재순이가 발판에 깔린 수건에 웅크리고 앉았습니다. 노순이는 어쩔 수 없이 찬 장판에 웅크렸습니다. 검돌이가 개사료를 다 먹었는지 재순이를 향해 걸어옵니다. 미닫이 현관문이 조금 열려 있습니다. 검돌이를 위한 배려입니다. 검돌이는 겁이 많아 인기척만 느껴도 줄행랑을 놓습니다. 사람 그림자만 보여도 멀찍이 떨어져 눈치만 살피는 녀석입니다. 지금도 한껏 겁먹은 눈길로 마루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돌아오면서 부엌 샛문 틈새를 방풍테이프로..

귀토야생기(歸兎野生記) - 17

토진이가 만 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올 겨울은 삭풍이 맵차고 한파가 기세등등합니다. 눈까지 자주 내리고 양도 많습니다. 추운 계절을 살아가는 토진이가 어느 해보다 고달픈지도 모르겠습니다. 쉬는 날 햇살이 봉구산을 넘어와 바닷가 마을을 비추었을때 대빈창 산책에 나섰습니다. 산기슭의 헐벗은 잡목 숲 쌓인 낙엽에 귀를 등에 바짝 붙인 토진이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녀석은 여전히 마른풀로 연명하였습니다. 추위를 이겨내려면 에너지를 비축해두어야 하는데. 녀석은 운이 좋은 토끼입니다. 내처 집으로 돌아와 창고로 들어섰습니다. 어머니의 야무진 손길을 탄 스무여 남은 포기의 김장배추가 가빠아래 갈무리되었습니다. 배추는 푸른 기운을 잃지 않고 한겨울을 나고 있었습니다. 두 포기를 차에 싣고 대빈창 해변으로 달렸습니..

2018년 무술년, 다시 맑은 눈으로 세상을

2017년 경유년에서 2018년 무술년으로 넘어가는 연말연시 열흘 동안 저는 지독한 감기몸살로 대부분의 시간을 이불 속에서 보냈습니다. 발작적으로 터지는 기침. 목구멍을 가득 메워 숨쉬기도 곤란한 가래. 목안 깊은 곳의 유황 타는 냄새. 멍석말이를 당한 듯 옴 몸의 삭신은 쑤시고. 사시나무 떨 듯 흔들리는 육신. 제대로 서있기조차 힘들었습니다. 밤새 식은땀을 얼마나 흘렸으면 베개잇과 이불깃이 누렇게 찌들었습니다. 설상가상 찬바람이 일면 천식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복용하시는 한약을 며칠 거르자고 말씀하십니다. 어깨가 너무 아프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직감적으로 알아챘습니다. 독감이 어머니에게 옮겨간 것을. 도대체 불효도 이런 불효가 어디 있겠습니까. 열흘간의 지독한 고통을 떠올리면 어머니를 마주볼 수가 ..

아주 오랜 옛날, 하느님의 아들 환웅이 태백산 정상 신단수에 신시(神市)를 열어 인간 세상을 다스렸습니다. 그때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환웅에게 빌었습니다. 환웅은 쑥 한 자루와 마늘 20쪽을 주었습니다.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그것을 먹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동굴을 뛰쳐나갔습니다. 곰은 시키는 대로 참아 삼칠일 만에 여자로 변했습니다. 웅녀(熊女)는 신단수 아래에서 아이 갖기를 빌었습니다. 환웅은 인간으로 변해 웅녀와 혼인했습니다. 웅녀가 낳은 아이가 바로 단군왕검입니다. 승 일연의 삼국유사(三國遺史)에 나오는 단군신화입니다. 자루에 담긴 쑥은 강화도의 해풍을 맞으며 자란 사자발쑥이라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강화도는 단군의 흔적이 실증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