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409

지 살 궁리는 다 한다. - 3

“지 살 궁리는 다 한다” 닫힌 부엌 샛문 앞에서 야 ~ 옹하는 노순이의 울음이 들려옵니다. 대빈창 해변 산책에서 돌아와 사진에 찍힌 토진이를 보여 드립니다. 어머니 말씀이십니다. 노순이는 맛난 것을 혼자 먹으려고 항상 혼자 다닙니다. 녀석이 인기척을 알아채고 부리나케 현관문으로 달려왔습니다. 가냘픈 노순이의 조르는 소리에 할 수없이 빈 그릇에 모아 두었던 생선가시와 찐 망둥어 찌끄레기를 내놓았습니다. 녀석은 거리낌 없이 현관문을 넘어와 간식을 먹습니다. 고양이도 주인 앞에서 유세를 부립니다. 뒷집 형수가 마실와 어머니와 말을 나눕니다. 노순이와 재순이가 거칠 것 없이 현관을 통해 마루에 올라섰습니다. 녀석들은 열려진 어머니방과 나의 서재와 부엌까지 거침없이 드나듭니다. 어머니가 아무리 고함을 쳐도 놈들..

쌀과 성경이 담긴 통

강화도에서 플라스틱 병에 쌀을 담아 북으로 보내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북한의 황해 옹진과 연백반도와 인접한 지리적 여건으로 비용이 적게 듭니다. 쌀을 더 많이 보낼 수 있는 이점 때문입니다. 북한은 쌀이 귀해 노동자 한 달 월급으로 쌀 1kg을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갯일 나온 북한주민들에게 쌀통은 횡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남한은 쌀 20kg 한 포대를 4만원이면 구입합니다. 1kg은 2천원에 불과합니다. 북한 경제는 생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바닷물은 하루 두 번 밀고 납니다. 바닷물이 가장 많이 밀고 나는 사리 물때가 쌀을 북으로 보내는 적기입니다. 여명이 터오는 시각. 이른 대빈창 해변 산책에 나섰습니다. 사리 물때가 백사장에 물 흔적을 남기고 물러나고 있었습니다. 바닷물에 젖은 모래 경계에..

귀토야생기(歸兎野生記) - 16

봉구산자락을 따라가는 옛길을 걷습니다. 다랑구지 논들이 수확을 마쳐 환해졌습니다. 기러기 떼가 알곡을 주워 먹느라 논바닥에 새까맣게 앉았습니다. 녀석들은 주문도에서 겨울을 나고, 낮이 점점 길어져 햇살이 쏟아지는 절기가 돌아오면 자신의 고향을 향해 날개를 펼치겠지요. 가을걷이가 끝난 섬 풍경은 쓸쓸하다 싶을 정도로 황량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고구마 밭은 황토가 그대로 드러났고, 고춧대는 선채로 누렇게 말라갑니다. 바닷물 철썩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바다가 많이 부풀었습니다. 사리 물때입니다. 제방 길 왼편 산날맹이는 손을 베일 것처럼 날카롭습니다. 오랜 세월 바다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깎였겠지요. 잡목 숲은 추운 계절을 준비하느라 스스로 제 몸의 수분을 버리고 있었습니다. 가파른 산사면의 관목을 칡넝쿨..

뒷집 새끼 고양이 - 11

어머니가 발린 생선가시나 밥물에 찐 말린 망둥이 반찬 찌꺼기를 던져 주기를 바라며 오매불망 재순이와 노순이가 부엌 샛문이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습니다. 봉구산을 넘어 온 아침 햇살이 벽에 어렸습니다. 녀석들의 청각은 기가 막힙니다. 세끼 식사 때마다 어김없이 녀석들은 문 앞에 다가와 나 여기 있다고 야 ~ ~ 옹 소리를 냅니다. 부엌 식탁에 앉아 밥을 먹다 우리 모자(母子)가 움직이면 재순이는 인기척을 감지하고 투정 섞인 울음소리를 내지릅니다. 추석 명절을 맞아 주인집도 기름진 음식이 가득하겠지만 녀석들은 평소의 습관대로 움직였습니다. 덩치가 작고 겁이 많은 검돌이만 가끔 넘석거렸습니다. 재순이는 늘상 문 앞에서 낮잠에 취해 하루 종일 우리집에서 살고, 약아빠진 노순이가 혼자 얼쩡거리며 먹을거리를 독차지할..

대빈창 다랑구지의 가을걷이

열흘의 긴 추석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위 이미지는 연휴의 막바지 대빈창 다랑구지의 이른 아침 풍경입니다. 평소처럼 아침 산책에 나섰습니다. 봉구산 자락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산책로에서 바라 본 들녘입니다. 아침 해가 많이 늦어졌습니다. 봉구산을 넘어 온 햇살이 비추기 시작합니다. 해병대 순찰차량이 해안을 향해 중앙농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대략 시간은 7시경입니다. 산자락 밭의 김장채소가 푸르렀습니다. 배추는 속이 차가고, 무는 밑동이 튼실하게 여물었습니다. 밭 모서리마다 들깨 단이 묶여 세워졌습니다. 순을 제거하고 고구마를 캐느라 추석을 맞아 고향 섬을 찾은 가족들이 밭에 허리를 굽혔습니다. 고춧대도 뽑아서 밭 한편에 쌓았습니다. 날씨가 차지면 바람 없는 날을 잡아 소각시키겠지요. 바다..

섬들이 몸살을 앓다.

해운사는 추석연휴 열흘 동안 배를 늘렸습니다. ‘특송 기간 일반 승객 요금 할증 10%’를 굵은 고딕체로 써넣은 안내문을 외포리와 주문도, 볼음도 매표소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였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아침 7시 30분에 외포리를 출항하여 9시 30분에 주문도에 닿고, 10시에 떠났던 삼보2호가 주문도에서 오후 3시에 출항합니다. 석모대교의 개통으로 노선을 잃은 삼보2호가 낯선 주문도 앞바다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위 이미지는 추석연휴 첫날인 9월 30일 토요일 오전 11시 10분경 주문도 선창입니다. 조금 물때인 두 물로 쓸거나 미는 물이 잔잔하여 바다가 파랗습니다. 9시 30분 주문도에 도착한 삼보2호가 오후 3시 출항을 기다리며 아차도 앞바다에 정박하였습니다. 뱃머리가 아차도 마을을 ..

뒷집 새끼 고양이 - 10

위 이미지는 두 번째 얻었습니다. 노순이와 새끼들이 광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대빈창 아침 산책을 다녀오면서 뒷집에 들렀습니다. 봉구산에 가린 햇살로 광은 어두웠습니다. 구석 자리에 놓인 종이박스에 새끼 두 마리만 있었습니다. 집 뒤울안을 돌아 부엌 샛문으로 다가서자 여지없이 노순이가 야 ~ 옹 먹을 것을 달라며 반깁니다. 노순이를 안고 뒷집으로 향했습니다. 녀석이 내려달라고 버르적거립니다. 구석자리 박스에 녀석을 내려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미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배경이 어두워 새끼들 모습을 식별할 수가 없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다시 뒷집 광문을 열었습니다. 노순이가 안채와 연결된 열려진 샛문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녀석은 뒷집 울안에서 나의 발소리를 듣고 부리나케 달려 ..

성난 대빈창 해변

대빈창 해변 바다가 사나워졌습니다. 바닷물이 제방위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작은 해일(海溢, surge)이 일어난 것 같았습니다.지난 8. 22 ~ 24. 3일간은 대조기로 해수면이 950mm까지 치솟았습니다. 새벽 산책에서 만난 정경입니다. 토진이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아까시숲에 몸을 사리겠지요. 반환점 벼랑에 하이파이브도 못하고 저는 오던 길을 되돌아섰습니다. 해일은 바닷물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육지로 넘쳐 들어오는 현상입니다. 원인은 지진과 폭풍 해일로 나눌 수 있습니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는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곧이어 들이닥친 거대한 쓰나미(津波, tsunami)가 원인이었습니다. 이 땅의 돈 버러지들 핵 마피아는 문재인 정권의 탈핵정책에 반대하..

베짱이와 사마귀

더듬이가 몸보다 더 긴 베짱이는 여치 과에 속하는 곤충입니다. 사마귀는 사마귀 과의 곤충으로 길고 큰 낫 모양의 앞다리가 특이합니다. 베짱이하면 이솝우화의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추운 겨울을 대비해 뙤약볕이 내려쬐는 무더운 한낮에 일을 하는 개미와 그늘에서 편안히 노래를 부르며 더위를 보낸 베짱이를 비교해 미래 가치를 추구하는 도덕적 교훈의 우화입니다. 사마귀하면 당랑거철(螳螂拒轍)이 생각납니다.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장공(莊公)이 사냥을 나갔을 때, 사마귀가 앞발을 치켜들고 수레바퀴에 덤벼들었습니다. 자기 분수도 모르는 무모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이미지가 절묘하게 잡혔습니다. 단일한 색조를 명도와 채도에만 변화를 주어 그린 단색화, 모노크롬(Monochrome) 회화처럼..

지 살 궁리는 다 한다. - 2

살인진드기에 물려 사망한 사람이 올 들어 벌써 18명입니다.(7월말 기준) 지난해 전체 사망자 19명에 근접했습니다. 사람들을 공포에 빠트린 살인마의 학명은 작은소참진드기입니다. 진드기에 물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30%에 달합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습니다. 진드기가 매개하는 감염병은 이름도 어려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라고 합니다. 진드기의 약 0.5%가 들쥐 등에서 옮겨온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놈들이 사람의 피를 빨면서 바이러스를 옮깁니다. 동네 뒷산이나 등산로, 아파트 단지의 공원이나 잔디밭까지 녀석들은 출몰합니다. 저의 삶터인 외딴섬 주문도는 생태계가 온전합니다. 이 말은 작은소참진드기도 온전하다는 뜻입니다. 제 블로그의 단골손님인 토진이가 사는 대빈창 해변의 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