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구산을 넘어 온 햇살이 뒷울안을 비추었습니다. 이른 아침을 드신 어머니가 평상에 앉아 모닝커피를 드시며 고양이들에게 말을 걸으십니다. 녀석들은 한결같이 야 ~ ~ 옹, 야 ~ ~ 옹 말대꾸를 합니다. 재순이는 깔방석에 막 올라서고, 노순이는 무거운 몸을 웅크렸습니다. 계절 감각이 무딘 감나무는 새잎을 막 틔어냈고, 사철나무 잎은 코팅한 것처럼 윤기가 반들반들 합니다. 명자나무의 붉은 꽃잎은 바람결에 이리저리 휩쓸렸습니다. 녀석들이 개명을 원치 않는 지, 아니면 녀석들이 자신의 이름에 개의치 않는 지, 그도 아니면 새로운 이름을 알아듣지 못할까 우려 때문인지, 아무튼 예전 이름을 그대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성별에 맞는 이름을 가진 녀석은 노순이 뿐입니다. 재순이는 수놈이고, 검돌이는 암놈이었습니다. 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