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하일리의 강화학파의 태두 하곡霞谷 정제두(鄭濟斗, 1649 - 1736)의 묘를 답사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주차장을 향해 길을 건너는데 기울어가는 겨울 햇살을 무엇인가 힘없이 되쏘았다. 하우고개 정상 못 미쳐 서있던 작은 입간판이었다. 단출했다. 문화재를 알리는 갈색 바탕과 성곽 문양 그리고 한글과 한자 네 자 뿐이었다. 〈김취려金就礪 묘墓〉. 나는 이름에서 거란과 몽고의 침략이 빈번했던 고려 말의 한 장수를 떠올렸다. 비가 잦았던 지난 여름이었다. 산길은 이리저리 패인 물길과 날카롭게 모서리를 내민 산돌로 험악하기 그지없었다. 두꺼운 이불처럼 산길에 쌓인 낙엽을 뚫고 어느 만큼 산속으로 들어서자 녹색바탕의 작은 이정표가 나타났다. 〈김취려 묘(문화재자료 제25호) ← 150m〉.잎을 떨 군 넓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