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이 끼치도록 무섭고 끔찍해 놀라 움츠러드는 느낌을 ‘섬칫하다’라고 합니다. 첫 번째 섬칫한 만남은 이년 전 한로寒露를 막 지나 우리집 뒤울안 수돗가의 살모사殺母蛇 였습니다. 놈은 바닥에 삼각형 머리를 곧추세워 물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섬칫한 만남은 달포 전에 있었습니다. 절기는 여름이 성큼 다가선다는 입하立夏를 지나,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소만小滿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오후 한 시경 나의 점심산책은 대빈창 들녘에서 봉구산 자락 옛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발밑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며 스-르-르-륵 하는 무언가 기어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유혈목이였습니다. 녀석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사람에 놀라 고라니 방책용으로 밭가에 둘러친 폐그물 구멍으로 얼굴을 들이 밀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