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해가 돌아오면 이철수 판화달력이나 신영복 선생 붓글씨달력을 걸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과 2023년 계묘년癸卯年은 연속 붓글씨달력이었다. 올해도 여지없이 달월을 가리키는 숫자 옆에 《禁酒》를 붙였다. 의지박약자의 자기다짐이었다. 1月의 큰 글씨는 ‘처음처럼’이었다. -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추운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서울 볕내 남골 쇠귀 - 글씨 한 귀퉁이의 그림은 이제 막 솟아난 새싹 위로 어린 새가 날고 있었다.내가 이 글귀를 처음 만난 책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햇빛출판사, 1998)이었다. 선생의 글씨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