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노순이의 뒤를 새끼 흰순이가 뒤따르고 있다. 흰순이가 세상 빛을 본지 넉 달이 지났다. 이제 녀석은 어엿하게 자라 혼자 개구리 사냥에 힘을 쏟았다. 열배 째 새끼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흰순이에 대한 노순이의 모성애는 유별났다. 나오지도 않는 젓을 물리면서까지 품에 껴안고 지냈다. 노순이는 중성화수술을 받아 더 이상 새끼를 낳을 수 없다. 열 살의 나이에 열 배를 낳은 노순이의 노화는 애처로울 정도였다. 이빨이 듬성듬성 빠져 고양이 사료를 제대로 씹지도 못했다. 뒷집 형이 쓰러져 대도시 대학병원에 입원한 지 석 달이 다 되었다. 뒷집 형수는 말그대로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형수는 그 넓은 고추밭에서 살다시피했다. 혼자 고추를 수확해 집으로 끌어들여 세척했다. 어머니와 아랫집 할머니가 고추꼭지를 따고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