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408

숭어 연을 아십니까

위 이미지는 5월 초순경 볼음도에서 찍은 숭어를 말리는 풍경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원지(가숭어)입니다. 경기 지방에서 말하는 원지를 남도에서 숭어라 부르고, 남도에서 말하는 가숭어가 경기 지방에서는 참숭어입니다. 생긴 모양은 비슷한데, 가숭어(원지)는 기름기가 많고 등허리 색이 더 어둡습니다. 뒤로 보이는 논배미에 모가 아직 심겨져 있지 않습니다. 물을 잡아놓고 애벌써레를 하였습니다. 논두렁의 풀색이 짙어갑니다. 섬사람들은 이때 숭어를 사진처럼 널어 말립니다. 파리가 아직 달려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닷고기를 소금에 절여 말릴 때 가장 귀찮은 것이 파리가 달라붙어 쉬를 스는 것입니다. 봄바람에 말라가는 숭어에서 짭조름한 맛이 풍기는 것만 같습니다. 여름한철 밑반찬으로 제격입니다. 요즘 서도 군도(群島)..

꼬마 태풍이 지나간 자리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먼 하늘에서 뭉게구름이 피어오릅니다. 하늘은 파랗고 대기는 투명합니다. 하지만 볏대를 보면 초여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 이삭을 달지 못한 짙푸른 벼가 바람결에 일렁이고 있습니다. 논두렁 제방의 키 낮은 나무너머 바닷물도 하늘빛을 닮았습니다. 작은 등대 뒤 아차도 선착장이 바다에 아랫도리를 담갔습니다. 아차도와 꽃치를 이은 낮고 긴 제방에 띄엄띄엄 소나무가 서있습니다. 인상파 화가의 거친 붓길처럼 뭉게구름이 파란 하늘을 휘저었습니다. 제방 앞에 행정선이 한가롭게 떠 있습니다. 하지만 행정선은 피양을 갔다가 지금 막 돌아와 정박했습니다. 태국의 과일 이름을 가진 제7호 태풍 카눈(KHANUN)이 서해안을 따라 북상한다는 특보가 발효되자, 배들은 강화도의 큰 포구로 피양..

고라니는 쓸개가 없다

대빈창 해변에서 봉구산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 양안은 모두 밭입니다. 거개 고구마가 심겨 있거나 띄엄띄엄 고추밭입니다. 밭마다 울타리로 폐그물을 둘렀습니다. 고라니의 침범을 경계하는 방책입니다. 섬의 밭농사는 야생동물과의 투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장 피해를 크게 입히는 놈은 멧돼지와 고라니입니다. 멧돼지에게 폐그물은 무용지물입니다. 야행성인 놈들은 밤에 내려와 울타리 그물이 우습다는 듯 말 그대로 쑥대밭을 만들어놓기가 일쑵니다. 아침에 밭을 둘러 본 섬사람들은 허탈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새끼 두 마리를 거느린 멧돼지가 주문도에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은 유해조수수렵단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사냥꾼이 나타나자 녀석들이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사냥꾼들..

마석 모란공원에 다녀오다

너는 죽고/분단과 조국의 노예 상태를/뜬눈으로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어/기름 부어 제 몸에 불질러 죽고/너는 죽고/압착기처럼 짜내는 노동의 착취를/인간의 한계로는 더 이상 이겨낼 수 없어/뼈만 남은 육신에 기름 부어 불에 타 죽고/바위 같은 무게의 농가부채에 깔려/모진 밥줄에 농약 부어 죽고/너마저 죽고/분신과 음독으로 치닫는 정국을/도저히 가망할 수 없어/강물에 꽃다운 나이를 던져 죽고/나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감옥에서/잇단 죽음의 충격에(‘별’의 1연) 김남주의 시집 ‘조국은 하나다’를 먼저 륙색에 쟁였습니다. 손수건, 챙 넓은 모자, 양말, 여행용 세면도구 그리고 카메라도 챙겼습니다. 열사들을 뵙겠다고 마음을 잡은 지 두 달 반만의 발걸음이었습니다. 남양주 도농까지 아는 이의 차편을 얻어 탔습..

개복숭아로 효(孝)를 담그다

하나. 민가와 멀리 떨어진 산중 야생 복숭아를 채취한다. 둘째. 잎과 꼭지를 깨끗이 손질하여 물로 씻는다. 셋째. 물기가 완전 빠질 때까지 하루 저녁 광주리에 담아 둔다. 넷째. 항아리에 갈색 설탕과 개복숭아를 1:1 비율로 쟁이고, 맨 위는 공기가 차단되도록 설탕을 두툼하게 덮어 준다. 다섯째. 항아리 아가리는 비닐로 밀봉하고 고무줄로 맨다. 여섯째. 가끔 위아래를 뒤집어 부패를 방지하며 100일간 발효 시킨다. 일곱째. 액을 항아리에 넣고 한지로 밀봉하여 6개월간 숙성시킨다. 개복숭아 효소를 담그는 법입니다. 믿을만한 (사)전국귀농운동본부의 자료입니다. 퇴행성관절염으로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니를 위해 저는 개복숭아 효소를 담그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앞서 블로그에 올렸듯이 주문도 봉구산은 개복숭아가 지..

참게와 우렁이의 안녕을 빌다

위 이미지는 볼음도 저수지 전경입니다. 사진 위 이파리를 잔뜩 매단 늘어진 나뭇가지는 은행나무입니다. 저의 블로그에 앞서 소개된 천연기념물 제 304호 볼음도 은행나무입니다. 은행나무는 저수지 제방보다 한턱 높게 자리 잡았습니다. 왼쪽 제방 너머가 바로 바다입니다. 저수지는 참게 천국입니다. 바다와 담수를 오고가며 생활하는 참게에게 볼음도 저수지는 안성맞춤 생활 터전입니다. 제방만 넘으면 바로 바다에 발을 담글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한여름 뙤약볕 아래 김매기를 마치고, 저녁나절 긴 그림자를 끄시며 집에 돌아오실 적마다 손에 참게가 들렸습니다. 부엌 선반 구석에 간장 항아리가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김매기를 하다 손에 걸린 참게를 항아리에 넣었습니다. 간장 참게장은 아무나 맛볼 수 없는 별..

찔레를 품은 감나무

주문도 봉구산 초입 산비탈에 찔레꽃이 한창입니다. 하얀 찔레꽃이 필 무렵이면 비 구경하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찔레꽃이 필 때 비가 세 번만 오면 풍년이 든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 봄가뭄은 도가 지나칩니다. 5월 강우량이 예년의 1/10에도 못 미친다고 합니다. 밭에 심겨진 작물들이 참을 수 없는 갈증에 고개를 숙이고 졸고 있습니다. 찔레는 장미과 장미속에 속하는 낙엽성 관목입니다. 찔레라는 이름이 생긴 유래로 꽃이 예뻐 가지를 꺽다가는 영락없이 가시에 찔리게 되므로 ‘찌르네’가 찔레로 변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이들은 누구나 찔레순을 먹었습니다. 봄철에 새순이 트면 연한 순 껍질을 까서 씹으면 들쩍지근한 맛이 달콤해, 궁한 시절 아이들의 좋은 군것질거리 였습니다. 저는 찔레꽃을 생..

불개가 해를 물었다 뱉어내다

일기예보처럼 때 이른 불볕더위가 아침부터 따가운 햇살을 내리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출근을 하려 현관문을 밀치자 갑자기 주위가 어둑해졌습니다. 아! 먹구름이 몰려오는구나. 소나기라도 시원하게 쏟아지길 내심 바랬습니다. 한창 물을 빨아들일 텃밭의 마늘과 양파가 일찍 찾아 온 무더위와 비다운 비를 구경하지 못한 봄 가뭄으로 축 처져 졸고 있었습니다. 참 ! 변덕스러운 날씨구나. 금새 먹구름이 물러가고 강렬한 햇살이 표창처럼 흙먼지만 이는 땅바닥에 내리 꽂혔습니다. 아! 오늘도 엄청 덥겠구나! 그런데 건너 자리의 동생이 막 메일로 도착한 사진을 보여 주었습니다. 주문도행 아침배를 기다리다 외포리항에서 잡은 부분일식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침나절 갑작스럽게 어두워진 이유는 부분일식 때문이었습니다. 일식은 지구에..

무인도는 천연기념물의 낙원이다

물 빠진 / 갯골에서 저어새가 젓가락 같은 다리로 서서 /주걱 같은 부리로 뻘탕을 휘젓고 있다 어미 저어새가 그만 먹으라고 해도 / 새끼 저어새는 아직 더 먹어야 한다고 / 고개를 젓다가 깜짝, 멈춰 서서 턱 턱 턱, 칠게를 먹고 / 꿀꺼덕, 갯지렁이를 삼킨다 국물은 안 먹고 건더기만 골라 먹어도 / 혼나지 않는 저어새가 부럽다 함민복의 동시집 ‘바닷물 에고, 짜다’에 실린 ‘저어새(10쪽)’의 전문입니다. 저어새가 먹이를 먹는 모습이 어린이의 시선으로 잘 그려졌습니다. 저어새는 해안의 얕은 곳, 간석지, 갈대밭, 호수나 늪에서 작은 민물고기나 양서류, 늪지 식물의 열매를 즐겨 먹습니다. 저어새는 전 세계적으로 5종이 알려졌는데, 우리나라에는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 2종이 천연기념물 제 205호로 지정되..

갈매기가 날씨를 예보하다

청개구리가 울면 비가 온다. 달팽이가 길 위에 나와 있으면 비가 온다. 제비나 잠자리가 땅위를 낮게 날면 비가 온다. 물고기가 물 위로 입을 내놓고 숨을 쉬면 비가 온다. 개미가 줄을 지어 지나가면 비가 온다. 두더지들이 한꺼번에 땅을 파면 비가 온다. 두꺼비가 떼 지어 나타나면 비가 온다. 지렁이가 땅위로 올라오면 비가 온다. 오리가 수면에서 날개를 쉬지 않고 퍼덕이며 자맥질을 하면 틀림없이 비가 온다. 우리 선조들은 동물들의 이상행동을 지켜보면서 날씨의 변화를 예측하고, 농사를 지어 왔습니다. 동물들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감각으로 자연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여 재앙을 피합니다. 무시무시한 대지진이 터지기 전 동물들은 미리 진앙지를 벗어나 목숨을 구했고, 세상의 종말을 암시하는 듯한 거대한 쓰나미도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