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의 이름을 지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됩니다. 아침저녁 산책에서 녀석을 만난 지 일 년을 넘어섰습니다. 반가움에 그냥 ‘나비야! 나비야!’하고 부르면 녀석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이미지에 나타난 것처럼 녀석의 특징은 꼬리에 있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의 고지대에 산다는 눈표범처럼 꼬리가 아주 튼실합니다. 달리는 속도의 몸의 중심을 잡는 키 역할로 굵고 탐스런 꼬리가 받쳐줍니다. 녀석의 눈·코·입·귀 이목구비는 오밀조밀하여 귀엽기 그지없습니다. 산책에서 만나면 녀석은 제 양 정강이를 번갈아 비비며 반가움을 표합니다. 봉구산 자락을 따라가는 옛길에 올라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어름이면 고구마밭, 고추밭, 다랑구지를 지나는 오솔길에서 녀석은 어느새 저의 뒤를 쫓아 앞질러 달려갑니다. “나비야, 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