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초목이 성글어가는 계절입니다. 엊그제가 입동이었습니다. 꼬마토끼 토진이가 폐선 앞 모래바닥에서 해바라기를 합니다. 낙엽 진 아까시잎이 땅바닥을 온통 덮었습니다. 폐선 앞자리만 둥그렇게 모래가 드러났습니다. 짧아지는 해지만 오후 내내 온기로 데워진 모래에 토진이가 배를 깔고 편하게 누워 몸을 덥힙니다. 한여름 무더위와 진드기의 극성을 이겨내고 녀석은 두 번째 겨울맞이를 준비합니다. 작년 초봄 녀석을 처음 만났습니다. 시든 초목에 연두빛 생명이 차오르기 전이었습니다. 인기척에 놀란 녀석이 제방도로 포장공사 돌 틈에 몸을 숨겼습니다. 온통 흰 몸뚱이에 배트맨의 로빈처럼 안경을 쓴 것처럼 눈 주위만 까만 녀석을 처음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머물렀습니다. 겨울을 나는 동안 녀석은 가끔 눈에 뜨였습..